자꾸 스스로를 ‘을’처럼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
‘을’처럼 느끼는 사람들의 특징
영어로 “Power Dynamic” 또는 “Hierarchical Relationship”로 번역되는 갑을 관계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관계이다. 갑이 주도권을 쥐는 이 사회에서 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고 싶어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 조사하고 글을 써보고자 한다.
현대 사회에서 ‘을’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계약 관계를 넘어 일상 속 관계 역동에서 자주 등장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게 됐다. 상사와 부하, 고객과 직원,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자주 느끼는 이 ‘을의 심리학’은 자존감과 깊은 연관이 있다. 스스로 관계 안에서 ‘을’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체로 눈치를 많이 보고, 자기 주장보다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존감 부족과 순응적 성향
‘을’처럼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 중 하나는 자존감 부족이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고 존중하는 감정인데, 자존감이 낮을수록 타인의 평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나 교사로부터 비판이나 비교를 자주 경험한 사람일수록, 성장 과정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약해지기 쉽다. 이들은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순응적 성향’이라 부른다. 순응적인 사람들은 갈등을 회피하고 타인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복되면 내면의 피로감을 증가시키고 관계 속 위계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결국 스스로를 ‘을’의 위치에 가두고, 주도권을 가진 타인을 ‘갑’으로 떠받들게 된다. 또한, 순응적인 성향이 깊어지면,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게 되어 점차 자신을 희생하는 패턴에 익숙해진다.
눈치 보는 성향과 외부 지향성
눈치 보는 성향도 이러한 심리적 패턴과 맞닿아 있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부 지향적 성격’으로 설명한다. 외부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가치 기준을 내부가 아닌 외부의 인정과 평가에 두기 때문에, 늘 타인의 반응을 신경 쓰며 행동하게 된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관계 속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넘어가고, 스스로는 언제나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위치에 머무르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은 자기 자신을 주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항상 타인의 반응을 의식하며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
이러한 외부 지향성은 ‘자아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대방에게 맞추는 일로 변질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자아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결여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자아가 약해지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주장하기 어려워지며, 결국에는 ‘을’의 자리에 놓여버린다.
현대 사회 구조가 만드는 ‘을의 심리’
흥미로운 점은 이런 ‘을의 심리’가 단순히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구조 역시 이를 강화하고 있다. 직장 내 상하 관계, 소비자 중심 문화, 성과 지상주의 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게 만든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고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 심리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안에서 개인들은 점차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잃고, '을'로서 위치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상사는 자연스럽게 ‘갑’의 역할을 하고, 부하는 그에 종속되는 구조가 발생한다. 이는 일종의 권력 구조를 형성하는데, 그 안에서 자신을 '을'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 이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
‘을의 심리’에서 벗어나는 방법
이를 위해 심리학자들은 자기 인식 훈련과 경계 설정 연습을 강조한다. ‘나는 왜 이 상황에서 위축될까’, ‘이 관계에서 나의 욕구는 무엇인가’를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타인의 기대에 무조건적으로 맞추기보다, 나만의 기준과 경계를 세우는 것이 관계의 건강성을 높인다. 이는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관계 속 위계 구도를 완화하고 ‘을’의 심리에서 벗어나는 길이 된다.
자기 인식 훈련은 자신이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을'의 심리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경계 설정’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타인의 요구에 지나치게 맞추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스스로를 늘 ‘을’로 느끼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과소평가하거나 타인의 평가를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누구나 관계 속에서는 때로는 ‘갑’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을’이 될 수도 있는 상대적 위치에 있을 뿐이다. 이 구도를 고정된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유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것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관계 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결국 자꾸 스스로를 ‘을’처럼 느끼는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기 인식과 자존감 회복, 경계 설정이라는 심리적 근육을 키워야 한다. 관계 안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주체성을 되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심리적 회복의 시작이다.
자료 출처
- 브랜든, ‘자존감의 심리학’
- 가스켈, ‘사회심리학 이론’
- 현대 관계 심리학 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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