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스크롤링 심리학 탐구
서론
일상에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유명한 포털을 켜고 잠깐 헤드라인만 보려던 것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항상 이런식으로 정치적 혼란, 경제 위기, 건강 문제, 환경 재난 등 끝없이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를 계속해서 스크롤하며 소비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죠. 저만의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핸드폰을 내려놔도 마음속에는 묵직한 불안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시작한 뉴스 소비가 어째서 이렇게 감정적 피로와 불안을 가져오게 된 걸까요? 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둠스크롤링(Doomscrolling).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새로운 심리적 도전 과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둠스크롤링이 왜 불안을 유발하는지, 부정적 정보를 찾는 데 집착하게 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둠스크롤링의 과학: 왜 부정적인 뉴스에 더 끌리는가?
우리 뇌가 가진 부정성 편향 (Negativity Bias)
인류 생존의 역사에서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정성 편향은 고대 조상들에게는 생존의 필수 전략이었습니다. 포식자나 자연재해 같은 위험을 빠르게 인지하고 회피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였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뇌는 더 이상 맹수나 폭풍우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대신, 끝없이 반복되는 ‘재앙적 뉴스’와 충격적인 통계에 의해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울립니다. 부정적인 뉴스를 접할 때마다, 뇌 속의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우리를 계속 긴장 상태에 머물게 하며, 더 많은 정보를 찾아서 위협에 대비하려는 행동을 유도합니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실제로 당장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뇌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정보 과잉과 인지 피로 (Cognitive Fatigue)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끝없는 정보의 바다를 제공합니다. 과거 신문이나 TV 뉴스처럼 제한된 양의 정보를 소비하던 시대와는 다릅니다. 이제 우리는 스크롤 한 번으로 무한한 뉴스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죠. 이처럼 쏟아지는 정보는 뇌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게 되고, 정보 과잉 상태에 빠집니다. 특히 부정적인 정보가 넘쳐날수록 우리의 뇌는 빠르게 인지적 피로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 비판적 사고력과 감정 조절 능력은 떨어지고, 무의식적인 부정적 콘텐츠 소비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집니다.
둠스크롤링이 우리 감정에 미치는 영향
- 불안과 우울 증가: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뉴스 소비는 불안과 우울 증상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 만성 스트레스 반응: 지속적인 둠스크롤링은 신체를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로 유지하게 만들어, 두통, 근육 긴장, 불면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합니다.
- 감정적 무감각: 반복적으로 충격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면, 점차 감정적으로 무뎌지고, 실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마저 떨어지게 됩니다.
둠스크롤링 악순환 끊어내기: 실천할 수 있는 검증된 전략
1. 뉴스 소비 시간에 명확한 한계 설정하기
언제, 어디서 뉴스를 읽을지 명확히 관리하는 것은 둠스크롤링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무의식적으로 계속 뉴스를 확인하는 습관은 뇌를 부정적인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정적인 뉴스를 접하면 하루 종일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빠지기 쉽고, 잠자기 전 뉴스를 확인하면 뇌가 과도하게 각성되어 숙면을 방해하게 됩니다.
이를 피하려면 하루 중 뉴스를 확인할 특정 시간을 정하세요. 예를 들어, 점심 식사 후 30분, 저녁 식사 후 30분 등으로 정하고, 그 외 시간에는 뉴스를 보지 않도록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집중 모드나 앱 제한 기능을 활용해 뉴스 앱과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세요.
주말이나 휴일에는 ‘뉴스 금지일’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루 정도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러한 작은 실천이 장기적으로 정서적 안정과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만 선택하기
뉴스를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최소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질’을 관리해야 합니다. 많은 미디어 매체는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과장된 헤드라인을 사용합니다. 이런 기사들은 두려움, 분노, 불안을 자극하여 결국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빼앗아 갑니다.
가능하다면 유료 구독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제공하는 뉴스만 구독하세요. 하루 주요 뉴스를 간략히 요약해주는 뉴스레터를 활용하면 과도한 부정적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 뉴스를 자주 본다면, BBC, Reuters, NPR과 같이 비교적 중립적인 매체를 선택하세요. 국내 뉴스는 보수와 진보 양측의 시각을 균형 있게 참고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스스로 정보 필터링 능력을 키우면 감정적 조작에 휘둘리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4. 둠스크롤링 대신 건강한 습관으로 대체하기
스마트폰을 무의식적으로 집어 들어 뉴스 앱이나 포털 사이트를 열려는 순간, 바로 그 행동을 인식하고 더 건강한 행동으로 전환하세요.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대신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계획해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첫 화면에 전자책 앱을 배치해 독서를 더 쉽게 하거나, 산책을 유도하는 알림을 설정하세요. 짧은 리프레시 활동으로는 심호흡 10회, 가벼운 스트레칭, 창밖 풍경 바라보기가 좋습니다. 이런 짧은 활동만으로도 둠스크롤링 욕구를 충분히 끊어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이고 영감을 주는 콘텐츠 소비 습관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세요. 정기적으로 동기 부여가 되는 팟캐스트를 듣고, 희망적인 주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거나, 회복탄력성과 희망에 관한 오디오북을 들어보세요. 이러한 건강한 습관은 부정적인 감정의 악순환을 끊고, 뇌의 보상 회로를 긍정적 자극에 반응하도록 다시 훈련시켜줍니다.
결론: 정보의 시대,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법
정보는 넘쳐나지만, 우리의 정신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얼마나 소비하느냐는 결국 우리의 정신 건강을 결정짓습니다. 둠스크롤링이라는 심리적 덫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의식적으로 미디어 환경을 관리하며, 순간순간 깨어 있는 태도를 실천한다면, 더 평온하고 균형 잡힌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내면의 평화를 희생할 정도여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정보 소비 습관을 돌아보고, 스스로 감정의 주인이 되어보세요.
참고 문헌
- Kahneman, D. (2011). 생각에 관한 생각. Farrar, Straus and Giroux.
- Ariely, D. (2008). 상식 밖의 경제학. HarperCollins.
- Newport, C. (2019). 디지털 미니멀리즘. Portfolio.
- Psychology Today. (n.d.). 미디어 심리학과 정보 중독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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