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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심리 치료 / 인지행동치료(CBT) , 수용전념치료(ACT)

by loveyourchoice 2025. 3. 9.

인지행동치료(CBT)와 수용전념치료(ACT)의 차이와 특징

이전 글들에서 종종 나온 인지행동치료에 관해 관심이 생겨 깊이 있게 알아보고자 이 글을 남긴다. 심리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지행동치료(CBT)**와 **수용전념치료(ACT)**는 널리 사용되면서도 접근 방식이 다른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두 치료법은 모두 인간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인 생각을 수정하여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수용전념치료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가치에 맞는 행동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 인지행동치료(CBT):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진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종종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를 앞둔 사람이 "내가 무조건 실수할 거야.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생각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불안감이 커지고 발표 자체를 회피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고 패턴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낮아지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

CBT는 이러한 왜곡된 사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현실적인 사고로 대체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치료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가 인지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이다. 이는 부정적인 생각을 인식하고, 그것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검토한 뒤, 보다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발표를 앞두고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나는 발표를 망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치료사는 그에게 "과거에 발표를 완전히 망친 적이 있었나요?", "모든 발표가 완벽해야만 하나요?" 등의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연습을 반복하면서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점차 변화하고,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CBT에서는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는 기법도 사용된다. 이는 우울감이 강해질수록 활동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행동을 계획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울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느낄 때, 소소한 목표(예: 10분 산책하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처럼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해 먼저 사고 패턴을 수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치료를 통해 환자는 자기 생각이 감정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고, 부정적인 사고를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2. 수용전념치료(ACT):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함께 가라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는 인지행동치료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ACT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것을 수용한 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은 원래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는 존재이며, 이를 없애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ACT의 핵심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사회 불안이 있는 사람이 발표를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을 느낀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CBT에서는 "나는 발표를 망칠 거야"라는 생각을 수정하려 한다면, ACT에서는 "내가 긴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긴장한다고 해서 내가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즉,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런데도 중요한 목표를 향해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ACT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의 하나가 인지적 탈 융합(cognitive defusion)이다. 이는 자신이 가진 생각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는 지금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단순한 하나의 생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ACT에서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 이는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감정을 판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다. 이를 통해 감정을 억누르려는 시도 없이,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흘려보낼 수 있도록 한다.

ACT의 핵심 목표는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지만 사회 불안을 이유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계속 피하고 있다면, ACT에서는 그가 불안을 수용한 채 소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나는 불안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가치(인간관계)를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만나겠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출처 : 픽사베이 / 심리치료 관련 이미지

3. CBT와 ACT의 차이: 생각을 바꿀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인지행동치료와 수용전념치료는 모두 심리적 고통을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인 생각을 논리적으로 수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수용전념치료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중요한 가치를 향해 행동하는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CBT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사람들은 나의 실수보다 내용에 집중할 거야"라고 사고를 수정하는 연습을 한다. 반면, ACT에서는 "나는 무대에서 긴장할 수도 있지만,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내 목표(좋은 발표하기)를 위해 행동할 거야"라는 접근법을 사용한다.
어떤 치료법이 더 효과적인지는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조정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CBT가 적합할 수 있고, 감정을 억누르려 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사람에게는 ACT가 더 유용할 수 있다. 두 접근법을 조합하여 활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심리 치료의 방향은 개개인의 특성과 목표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