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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엄마와 딸의 역설적인 관계 (심리학 관점에서)

by loveyourchoice 2025. 4. 12.

 

엄마와 딸의 관계: 닮았기에 사랑하고 닮았기에 미워하는 심리학적 역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인간관계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영역에 속한다. 둘은 유전자적 연결뿐만 아니라, 환경적, 정서적, 문화적 영향 속에서 긴밀하게 얽혀 살아간다. 딸은 자라면서 엄마를 본보기로 삼아 세상을 배워가지만, 동시에 엄마와의 차별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동일시, 모방, 경쟁, 거부라는 복잡한 심리적 움직임이 발생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친하지만 또 가장 많이 싸우는 관계, 모녀 관계에 대해서 심리학적 관점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출처 : 픽사베이 / 엄마와 딸 관련 이미지

동일시의 심리: 엄마처럼 되고 싶은 마음

심리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동일시(Identification)를 인간 발달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로 보았다. 동일시는 어린아이가 부모를 모델 삼아 행동,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내면화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딸은 어릴 때 엄마의 말투, 행동, 외모를 모방하며 애착을 표현한다. 엄마의 칭찬과 인정을 받고자 엄마처럼 행동하려는 시도가 잦아진다.

이러한 동일시는 긍정적 자아 형성에 기여한다. 딸은 엄마를 통해 여성성을 배우고, 사회적 역할과 규범을 내면화하며 성장한다. 그러나 동일시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억압적 환경 속에서 강요될 경우, 심리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딸은 엄마의 기대에 맞추려는 자신과 독립적인 자신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닮았기에 미워지는 역설: 심리적 투사와 갈등

심리학에서는 "투사(projection)"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자신의 억압된 감정이나 결점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엄마와 딸 사이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딸이 엄마에게서 싫어하는 모습은 사실 자신의 내면에도 존재하는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딸이 엄마의 참견이나 고집스러움을 싫어한다고 느낄 때, 이는 자신의 통제 욕구나 완벽주의 성향을 엄마에게 투사한 결과일 수 있다. 반대로 엄마가 딸을 보며 "너도 나 닮아 똑같다"라고 타박하는 경우, 엄마 자신이 과거 억눌렀던 모습을 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역설은 엄마와 딸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서로를 닮아 있기에 애틋하고 의지하지만, 닮아 있기에 더 자주 부딪히고 거리감을 두려 하기도 한다.

엄마와 딸의 경쟁 심리: 애착과 독립의 갈등

또 다른 심리학적 개념으로 "에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어린 딸은 무의식적으로 엄마와 경쟁 심리를 경험한다고 본다. 이는 아버지의 사랑을 두고 엄마와 경쟁하는 초기 심리적 과정이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대 해석하여, 딸이 엄마와 경쟁하는 것은 단지 아버지를 두고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자리매김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으로 본다. 딸은 엄마보다 더 아름답고, 더 똑똑하고, 더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는 자신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심리적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심리가 지나치게 과열되면 엄마와 딸은 질투, 비교, 비난의 관계로 치닫기 쉽다. "엄마처럼 살기 싫어" 혹은 "너도 결국 나처럼 될 거야"라는 말들은 이 경쟁 심리의 산물이다.

엄마와 딸 관계 회복을 위한 심리적 전략

심리학에서는 엄마와 딸 관계 회복을 위해 몇 가지 핵심 원리를 제안한다.

첫째,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이 필요하다. 건강한 관계는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시작된다. 딸은 엄마와 자신의 삶을 분리해 인식해야 하며, 엄마 역시 딸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감정 표현과 소통이 중요하다. 억눌린 감정은 언제든 폭발하게 마련이다. 서로의 상처와 서운함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엄마와 딸 각각의 '여성 서사'를 인정해야 한다. 엄마는 엄마 나름의 삶의 서사가 있고, 딸은 또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독립된 주체임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엄마와 딸의 관계 정리

엄마와 딸의 관계는 단순히 가족관계를 넘어 '여성과 여성' 사이의 복잡한 심리적 역학이 내포되어 있다. 동일시, 투사, 경쟁, 독립의 욕구 등 다양한 심리학적 개념들이 이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결국 엄마와 딸은 닮았기에 사랑하고, 닮았기에 미워하며, 닮았기에 결국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다. 심리학은 엄마와 딸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풀어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엄마와 딸 사이에도 완벽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심리학적 이해와 노력은 분명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