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심리학

왜 우리는 칭찬을 들으면 어색할까?

by loveyourchoice 2025. 5. 10.

compliment thumbs up
출처 : 픽사베이 / 칭찬 관련 이미지

서론

칭찬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외모, 업무 성과, 또는 요리에 대한 따뜻한 한마디는 만족감을 가져다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불편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겸손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칭찬에 대해 담백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 지는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 칭찬을 하면 땀이 날 정도로 당황할 때가 많다. 칭찬에 우아하게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보다, 이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거나 심지어 아예 부인해버리기도 한다. 왜 좋은 말 한마디가 우리를 이렇게 어색하게 만드는 걸까?

이번 글을 통해서 이 현상에 대해 공부해보니 단순한 성격적 특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깊은 심리적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반응을 이해하면 칭찬을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칭찬이 어색한 심리적 이유

1. 임포스터 증후군: “나는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

심리학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설명 중 하나가 바로 임포스터 증후군이다. 이런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의 성과를 운이나 외부 요인 덕분이라고 믿으며, 진정한 능력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 “정말 잘했어요”라고 칭찬하면, 그 말이 자신이 가진 믿음과 충돌하면서 불안을 유발한다.

임포스터 증후군은 성공한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며, 자신이 정말로 성공을 이뤘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런 내적 갈등은 칭찬을 받을 때 강한 불편함으로 나타난다.

2. 낮은 자존감: “나는 그렇게 훌륭하지 않아”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칭찬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의심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누군가가 칭찬하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충돌하면서 칭찬이 과장되거나 거짓처럼 들리게 된다.

이는 심리학의 자기 확인 이론(Self-Verification Theory)으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설령 그 신념이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칭찬은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고착된 부정적 자기 인식을 위협하게 된다. 심리학 글을 작성하다 보면 많은 부분이 개인의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3. 사회적 기대에 대한 두려움: “이제 계속 잘해야 하잖아”

칭찬은 때때로 부담으로 다가온다. 누군가가 “이번 보고서 정말 훌륭했어요”라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비슷한 수준 이상의 성과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는 기대 불안(expectation anxiety)으로 설명된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개념과 연결짓는다. 기대가 설정되면,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이러한 압박감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4. 문화적 가치관: “겸손이 미덕이지”

많은 문화권에서는 겸손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어릴 때부터 “잘난 척하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 자라기 때문에, 누군가가 칭찬하면 본능적으로 이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동양 문화에서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강해,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고, 칭찬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사회적 어색함을 유발한다. 서양에서도 일부 공동체나 종교적 가치관에서는 겸손을 중요한 미덕으로 삼아 칭찬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의 뇌는 칭찬을 어떻게 처리할까?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칭찬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이론적으로는 기쁨과 행복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 칭찬이 오랫동안 자리 잡은 부정적 신념과 충돌하거나 사회적 불안을 유발한다면, 뇌는 동시에 불안과 위협에 반응하는 편도체도 활성화시킨다. 이런 상반된 뇌 활동은 칭찬이 동시에 즐거움과 불편함을 유발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긍정적 보상과 자기 비판적 사고 사이에서 심리적 줄다리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칭찬에 대한 뇌의 상반된 활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건강하게 칭찬에 대응할 수 있을지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법

  1. 현재 반응을 인지하자
    칭찬을 들었을 때 내 첫 반응이 어떤지 주목하라. 부정하고 있는가? 축소하거나 긴장하고 있는가? 인식하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2. 부정적인 신념에 도전하자
    임포스터 증후군이나 낮은 자존감이 있다면, 과연 그 생각이 맞는지 의심해보라. 인지행동치료 기법 중 하나인 생각 기록지를 활용해 부정적 사고 패턴을 교정할 수 있다.
  3. 간단한 감사 표현 연습
    “감사합니다, 정말 기분 좋네요.” 또는 “그 말 듣고 힘이 납니다.”와 같은 짧고 긍정적인 반응을 연습하라. 과도한 해석 없이, 자연스럽게 감사를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4. 칭찬은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칭찬은 테스트나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작은 호의다. 부담스러운 과제가 아니라, 따뜻한 정서적 선물로 받아들이자.
  5. 서서히 노출 훈련
    어떤 사회적 불편함도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미소와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부터 시작하자.

결론

칭찬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의 내면적 이야기와 사회적 기대, 그리고 문화적 가치관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거만함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존감 향상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은 더 건강한 자존감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하면, 그냥 미소 짓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해보자. 어쩌면, 친절을 받는 것도 주는 것만큼 기쁠지 모른다.


자료 출처

  • Clance, P. R., & Imes, S. A. (1978). 임포스터 현상에 관한 연구
  • Swann, W. B. (1983). 자기 확인 이론에 대한 연구
  • Dweck, C. S. (2006). 마음가짐: 성공 심리학
  • Goffman, E. (1959). 일상생활 속 자아 표현 이론
  • 뇌 보상 시스템 및 편도체 기능에 관한 신경과학적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