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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심리학

음식이 감정을 만든다

by loveyourchoice 2025. 6. 11.

뉴트리션 사이키아트리의 심리학

food and emotion
출처 : 픽사베이 / 음식 관련 이미지

감정은 장에서 시작된다

"우울할 땐 초콜릿이 나를 위로해준다." "배고프면 짜증이 난다." 이러한 일상적 경험은 음식과 감정 사이에 본능적으로 인식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경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뉴트리션 사이키아트리(Nutritional Psychiatry)는 이 직관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학문은 식단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어떤 영양소가 우울증, 불안, 인지 기능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과학이 계속 진전되면서, 우리는 이제 스트레스, 번아웃, 집중력 저하가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 신경화학적 불균형 때문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1. 세로토닌의 90%는 장에서 생성된다: 장내 미생물과 감정의 연결고리

뉴트리션 사이키아트리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장내 미생물군과 신경전달물질의 관계다.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은 기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놀랍게도 이 세로토닌의 약 90%는 뇌가 아니라 장내에서 생성된다. 이 발견은 곧 감정 안정은 장 건강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Clapp 외(2017)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거나 해로운 균이 우세할 경우 세로토닌 생성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우울, 불안, 피로 증상이 심화될 수 있음을 보고했다. 가공식품, 정제당, 포화지방이 많은 식단은 장내 균형을 해치며, 반대로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발효식품, 오메가3 함유 어류는 미생물 균형을 회복시키고 감정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이처럼 장 건강은 단순한 소화 문제가 아니라 감정 안정성을 위한 신경생물학적 기초다.

2. 현대의 우울증은 영양 결핍의 신호일 수 있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비타민 B군, 마그네슘, 아연, 오메가3 지방산 등은 뇌 건강과 감정 안정에 필수적인 미량 영양소다. 이들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과 대사에 깊이 관여하며, 이는 에너지, 동기, 기분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대의 패스트푸드와 당분 중심 식단은 이들 영양소가 결핍되기 쉽다. Jacka 외(2017)의 SMILES 연구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겪는 성인이 지중해식 식단으로 전환했을 때, 기존 치료만 받은 그룹보다 훨씬 큰 개선 효과를 보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정 회복에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영양 결핍은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며, 기분 변동보다 만성 피로, 낮은 자존감, 번아웃 등으로 더 자주 나타난다. 따라서 뉴트리션 사이키아트리는 약물이 아닌 식단에서 시작하는 감정 치유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다.

3. 숨겨진 혈당의 감정 폭탄: 주의력, 불안, 감정 기복

주의력 결핍, 불안, 폭식 행동 등은 특정한 식이 현상—특히 혈당 스파이크(glucose spike)로 인해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급격한 혈당 상승과 하강은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이후에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 짜증,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이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두드러지며, 심리학적으로는 자기 조절력 저하(self-regulation dysfunction)와 깊이 관련된다. 감정 및 행동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려면 뇌에 일정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제당이 많은 간식과 음료는 일시적인 에너지 상승 후 뇌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감정 기복과 충동성을 증가시킨다. Nguyen 외(2022)는 저혈당 상태가 불안과 공격성을 증가시킨다고 밝혔으며, 이는 감정 조절의 출발점은 식이 조절이라는 뉴트리션 사이키아트리의 핵심 전제를 뒷받침한다.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은 감정 안정성을 구축하거나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 당신의 기분은 당신의 식단에 있다

뉴트리션 사이키아트리는 새로운 분야지만, 이미 우리의 정신건강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장-뇌 축, 영양소의 생화학적 기능, 혈당의 감정적 영향은 모두 정신건강이 단지 상담이나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생리적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늘날처럼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내면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으로 올바른 영양 섭취는 필수가 되고 있다. 감정은 더 이상 뇌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협응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종합적 결과다. 그러니 감정이 흔들릴 때 "내가 왜 이럴까?" 대신, 이렇게 질문해보자. "오늘 나는 무엇을 먹었지?"

자료출처

  • Clapp, M., et al. (2017). Gut microbiota’s effect on mental health: The gut-brain axis. Clinics and Practice, 7(4), 987.
  • Jacka, F. N., et al. (2017).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dietary improvement for adults with major depression (the ‘SMILES’ trial). BMC Medicine, 15(1), 23.
  • Nguyen, C. T., et al. (2022). Blood sugar and emotional regulation: Glycemic variability as a modulator of mood and cognition. Psychosomatic Medicine, 84(5), 457–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