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는 정체성이다
우리는 왜 모두 다른 아름다움을 갈망하는가
“예뻐지자”는 말은 보통 말하지 않은 기준을 숨기고 있다. 잡티 없는 피부, 균형 잡힌 얼굴, 이상적인 체형. 그러다보니 한국 사회에서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성형수술까지 감수하는 일은 정말 흔한 현상이다. 하지만 누가 이런 기준을 정한 것이며, 그것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추구미”라는 한국어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현상은,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이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을 향한 주관적인 탐색이다. 남이 정한 정답에 끼어맞추려 애쓰는 대신, 사람들은 이제 점점 더 자문한다. “나는 어떤 아름다움을 정말 좋아하지?” 이것은 단지 외모만을 꾸미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이 과정은 본질적으로 심리학, 정체성, 진정성과 연결된다. 이 글에서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미감을 추구하는 것이 왜 심리적으로 강력하며, 존중받을 일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기 결정과 미적 자율성: 아름다움은 나만의 선택
Deci와 Ryan의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충족될 때 본질적으로 동기부여된다. 이 중 자율성, 자신의 가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미학적 선택과 특히 깊은 관련이 있다. 추구미는 자율성의 미적 투영이다. 기성의 미 기준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진짜로 의미 있는 스타일과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헐렁한 옷, 독특한 액세서리, 비전통적인 메이크업 등 어떤 방식이든, 그 선택들은 자기 존중과 감정의 소유권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추구미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심리적 선언이다. “이게 나를 나답게 만든다.” 그러니 그것은 반항이 아니라, 자기 인식에 가까운 행위다.
정체성 표현으로서의 미: 아름다움은 나의 이야기
외모는 흔히 피상적인 이미지로 여겨지지만, 심리학에서 미적 선택은 정체성 표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회심리학자 케네스 거겐(Kenneth Gergen)은 정체성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로 보았다. 이 관점에서, 미적 결정은 말로 하지 않은 자서전이다. 누군가는 복고풍 스타일에서, 누군가는 흑백의 절제미 속에서 진짜 자기를 느낀다. 어떤 이는 의식적으로 과장된 외형을 통해 정제됨보다 진정성을 선언한다. 이 조합들은 결코 무작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시각적으로 옮긴 문장들이다. 그러므로 추구미는 단순히 ‘무엇이 예쁜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를 바깥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인지적 유연성과 반전형성 미학: 다양한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기
기존의 미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라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사고 방식 사이를 전환하며 사고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예전엔 낯설거나 매력 없다고 여겼던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개방성은 심리학자들이 반전형성 미학(anti-norm aesthetics)이라 부른 것의 중심에 있다. 완벽함보다 불완전함, 획일성보다 개성을 선택하는 미의 방식이다. 삐뚤어진 미소, 비대칭적인 얼굴, 의도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이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 비표준적 아름다움에 대한 수용은 단지 미적 성숙의 표시일 뿐 아니라, 정서적 인식과 자아 확장의 반영이기도 하다. 추구미는 이러한 유연성의 훈련과도 같다 우리의 마음과 인식을 평범함 너머로 확장시키는 연습인 것이다.
결론: 획일적 미를 넘어서면, 우리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세상은 점점 더 다양한 얼굴,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진짜 과제는 남의 기준으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추구미는 유행이 아니라, 심리적 독립 선언이다. 그리고 타인이 내 스타일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이미 아름답다. 심리학은 이러한 변화를 환영한다 자율성, 정체성, 정서적 진실성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당신이 입은 옷, 화장법, 머리스타일이 ‘완전히 당신답다’면, 망설이지 말자. 당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 방향이 바로 당신이고, 그것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이 글을 통해 말해주고 싶다.
자료출처
- Deci, E. L., & Ryan, R. M. (2000). The “what” and “why” of goal pursuits: Human needs and the self-determination of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1(4), 227–268.
- Gergen, K. J. (1991). The Saturated Self: Dilemmas of Identity in Contemporary Life. Basic Books.
- Silvia, P. J., & Nusbaum, E. C. (2011). Cognitive flexibility and aesthetic appreciation. 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 5(2), 16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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