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컨텐츠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책리뷰

by loveyourchoice 2025. 6. 20.

Inner Communication book cover
출처 : 알라딘 / 내면소통 책 표지

감정의 주인이 되는 뇌과학적·심리학적 안내서

우리는 왜 자신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할까?

오늘날 감정 과부하는 흔한 현상이며, 이는 번아웃과 같이 극단적인 감정적 단절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감정에 압도당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인지하거나 조절하지 못하여 병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평소에 즐겨보는 유튜버 김주환 교수의 저서,『내면소통』은 이러한 감정적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나 자신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이 책은 감정과 의식 사이의 다리를 회복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다시 배우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과 심리학이 밝혀낸 인지 및 감정 메커니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감정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회로: 편도체-전전두엽 연결

이 책의 핵심 개념은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이 어떻게 뇌에서 형성되고 처리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은 일반적으로 생존 본능과 관련된 위협 감지 장치인 편도체에서 빠르게 발생한다. 반면, 감정의 해석과 조절은 전전두엽의 역할이다. 특히 내측 전전두엽(mPFC)과 섬엽(insula)은 감정에 대한 자기 인식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도 폭넓게 지지받는 개념이다. 『내면소통』은 이 회로가 비활성화될 때 감정에 휘둘리게 되며, 이를 막기 위해 의도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천적으로는 감정 일기 쓰기나 감정 라벨링 훈련을 통해 이 회로를 강화할 수 있다.

내면 대화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메타인지와 자기이해의 확장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자기와의 대화’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 개념과 맞닿아 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며, 자기조절의 핵심 요소이다. 이는 인지행동치료(CBT)나 수용전념치료(ACT)에서도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내부 사건이라는 인식을 통해 사람은 자동적인 감정 반응에서 벗어날 여지를 가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진짜 나’와의 대화라고 부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성찰을 통해 주도권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습관적인 심리 패턴을 차단하고, 감정 자율성을 뒷받침하는 신경 회로를 훈련한다.

감정의 문법: 이중처리 이론과 감정 조절

책에서는 ‘감정의 문법’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심리학의 ‘감정의 이중 처리 이론(Dual-Process Theory of Emotion)’과 연결된다. 편도체가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감정을 생성하는 반면, 전전두엽은 보다 느리고 이해 기반의 감정을 처리한다. 이 이론은 어떤 감정은 즉각적으로 태그되고, 어떤 감정은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속도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감정 조절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실천적으로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명명하고, 그 감정이 나타난 속도와 방식,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기록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이는 감정의 원인을 해석과 구분하게 해주며, 충동성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들어주는 인지행동치료의 기본 기술과 일치한다.

관계 회복은 자기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자기연민과 신경가소성

책의 후반부는 대인관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만, 핵심 메시지는 “모든 관계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상태는 대부분 낮은 자존감 또는 자기 거부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및 HPA 스트레스 축의 과활성화와 관련이 있어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김 교수는 회복의 시작점으로 자기연민(self-compassion) 훈련을 강조한다. 이는 Kristin Neff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자기연민은 자율신경계 안정성과 감정 회복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신경과학적으로 볼 때, 자기연민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자극하며, 손상된 감정 회로의 재배선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 뇌를 재배선하는 감정 훈련, 내면소통으로서의 심리학

『내면소통』은 심리학적·신경과학적 원리에 기반하여 건강한 자기대화를 재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공한다. 감정은 억누르는 대상이 아니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며, 그 감정을 나와 연결시키는 내면의 평화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심리학은 이제 병리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안내하는 실천의 과학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김주환 교수의 말처럼,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뇌의 연결을 재훈련하는 순환이며, 그 중심에는 자신과의 친밀하고 지속적인 대화가 자리잡고 있다. 늘 밖으로만 모든 관심이 향하는 요즘 시대에 한번쯤은 이 책을 통해서 내면을 바라보고 다듬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자료출처

  • 김주환 (2021). 『내면소통』. 21세기북스.
  • Neff, K. D.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2), 85–101.
  • Gross, J. J. (1998). The emerging field of emotion regulation: An integrative review.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271–299.
  • Barrett, L. F. (2017). How Emotions Are Made. Houghton Mifflin Harcourt.
  • Hayes, S. C., Strosahl, K. D., & Wilson, K. G. (1999).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Guilford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