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이 요즘 더 많아졌을까?
“나답게 살고 싶다.”
한때 개인의 속마음으로만 존재하던 이 말은 이제 거리낌 없이 표현되는 시대의 언어가 되었다. 자기계발서의 표지부터 SNS 피드, 인터뷰 영상 속 고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나다움’을 향한 갈망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 심리의 반영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시기에 우리는 ‘나다움’을 이토록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자기정체성을 되묻는 시대
인간은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는 가정, 학교, 직장이라는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이 같은 정체성의 경계를 점점 흐리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끊임없이 비교와 평가를 유도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는 자아를 고정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정체성 혼란’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명확한 감각이 사라질 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나다운 삶”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삶’을 향한 심리적 저항이라 할 수 있다.
외적 기대와 역할 스트레스의 충돌
우리는 모두 여러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좋은 자녀, 성실한 직장인, 이해심 많은 친구 등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의 틀’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다는 일종의 구속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일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진 요즘, 사회적 역할이 과도해질수록 우리는 내면의 자율성과 충돌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역할 과잉(Role overload)’이라 표현한다. 감정적 자원이 분산되며, 자아 정체감이 분열되는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은 바로 이 역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의 요청이다.
자율성 욕구: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갈망
사람은 누구나 ‘자율성’을 바란다. 이는 단순히 자유롭고 싶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고 싶다는 본능적인 심리다. 자율성은 인간의 기본 심리 욕구 중 하나로, 충족되지 않을 경우 삶에 대한 만족감은 급격히 낮아진다.
사회는 겉으로는 무한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규칙과 관습 속에서 선택을 제한한다. 학벌, 직업, 연애, 결혼, 심지어 취미까지도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성을 박탈당한 개인은 ‘내가 왜 이 선택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나는 내 삶을 살고 싶은데”라는 감정에서 “나다운 삶”이라는 언어를 발견하게 된다.
비교 피로와 진짜 나를 찾고 싶은 욕구
SNS는 다른 사람의 삶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비교 피로’라는 새로운 스트레스를 낳았다.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고, 누군가는 새 직장을 자랑하고, 누군가는 완벽한 식단을 공유한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왜 이걸 부러워하고 있지?”, “나는 뭘 원하지?” 이 질문은 ‘진짜 나’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이때 등장하는 말이 바로 “나답게 살고 싶다”다. 이 말은 비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중심에 두고 살고 싶다는 선언이다.
나다움이란 자기 일치의 감각이다
심리학에서는 ‘자기일치(self-congruence)’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자신의 감정, 가치관, 행동이 서로 일치할 때 경험하는 내적 평온함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대로 살아갈 때, 인간은 심리적 안정감과 자긍심을 얻게 된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억압한 채 외부 기준에만 맞추며 살게 되면, 내면의 불일치로 인해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나다운 삶’은 바로 이 자기일치를 회복하려는 몸짓이다. 남이 정해준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묻고, 그 방향으로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삶의 중심을 되찾는 것이다.
나다움을 향한 여정은 브랜딩과도 통한다
브랜드 세계에서도 ‘나다움’은 중요한 화두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작동한다. 이는 결국 사람과 브랜드 모두에게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흐름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소비 문화, 브랜딩 전략까지 깊게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이 되어가고 있다.
결론: 나답게 산다는 건 용기의 다른 이름이다
나다운 삶은 단지 편안하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타인의 기대를 거절해야 하고, 익숙한 길을 벗어나야 하며, 실패의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나다움’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 안에 진정한 삶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이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그 삶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려는 태도이며, 세상의 기준보다 자신의 감각을 더 믿고자 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참고 개념
- 자기정체성 이론 (정체성 혼란 개념 변형)
- 자기결정이론 (자율성 중심 해석)
- 자기일치 이론 (Self-Congruence 개념 응용)
- 역할 스트레스 이론 (사회적 역할 충돌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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