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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가스라이팅 관련 책리뷰 / Robin Stern 《The Gaslight Effect》

by loveyourchoice 2025. 3. 8.

《The Gaslight Effect》 – Robin Stern, 출판사 HarperCollins

 

책 소개

《The Gaslight Effect: How to Spot and Survive the Hidden Manipulation Others Use to Control Your Life》 책은 임상 심리학자 로빈 스턴(Robin Stern)이 쓴 책으로, 가스라이팅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우리가 이를 인식하고 벗어나는 방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책에서는 가스라이팅이 단순히 가정폭력이나 연인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친구 관계, 가족, 심지어 사회적 관계까지 폭넓게 작용하는 심리적 조작 기술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이 일어나는 과정과 피해자가 빠지는 심리적 함정을 분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본문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는 1944년 영화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했다. 이 영화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거짓 정보를 주고 현실을 왜곡해 결국 그녀가 자기 감각과 기억을 의심하게 만든다. 로빈 스턴은 이를 바탕으로, 가스라이팅이란 상대방을 지속해서 조작하여 현실 인식을 흐리게 하고, 결국 피해자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조작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너무나 교묘하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조작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조종하면서도 직접적인 폭력이나 강압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가스라이팅은 점진적으로 심화하며,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발전한다.
먼저, 의심 단계이다. (The Stage of Disbelief) 이 단계에서는 가스라이팅이 처음 시작된다. 가해자는 사소한 방식으로 피해자의 인식을 왜곡하기 시작하며, 피해자는 가해자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예를 들면, 친구가 분명히 말했던 내용을 부정하며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라고 한다. 배우자가 자기 행동을 지적하면 “너는 늘 과민반응 해.”라며 감정을 깎아내린다.
다음은 방어 단계이다. (The Stage of Defense) 이제 피해자는 자신의 기억이나 감정이 바르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가해자는 더욱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피해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점점 더 자기 확신을 잃고, 가해자의 시각에 맞춰 사고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걸까?”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서 피해자는 점점 더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마지막은 우울 단계이다. (The Stage of Depression) 가스라이팅이 지속되면 피해자는 결국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시선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감정과 직감을 믿지 못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가해자의 말이 옳다고 믿으며 순응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결국, 완전히 가스라이팅에 길들여지며 스스로 가해자의 시각에서 사고하는 ‘내면화된 조종’ 상태에 이른다.

 

책에서는 가스라이팅이 특정한 환경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관계 유형을 제시한다.
먼저, 연인 관계에서의 가스라이팅은 다음과 같은 대화 양상을 보인다. "내가 널 이렇게 대하는 건 다 너를 위한 거야." "넌 날 떠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모두가 경험할 수 밖에 없는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가스라이팅도 예외는 아니다. "네가 그렇게 기억하는 건 틀렸어. 엄마(아빠)는 그런 적 없어."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다 널 위해서야." 성인이 된 후에도 직장 내 가스라이팅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음과 같은 대화 양상을 보인다. "네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어. 다들 문제없어 보이는데?" "이건 네가 잘못한 거야. 네가 착각하고 있는 거야."

 

저자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믿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며,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자신의 직감과 감정을 신뢰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해자와 감정적 거리를 두고 패턴을 봐야 한다. 가해자는 종종 특정 사건에 대해 "그건 네 착각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이 아니라 지속해서 조작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가스라이팅일 가능성이 크다.

요약

《The Gaslight Effect》는 가스라이팅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연인, 가족, 직장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가스라이팅이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은 가스라이팅을 겪는 사람들에게 "네가 틀린 게 아니라, 너를 조종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우며, 스스로를 보호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