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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컨텐츠

『사피엔스』로 풀어보는 심리학

by loveyourchoice 2025. 5. 13.

인류 역사는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만들었는가

사피엔스는 몇년간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는 책입니다. 요즘 심리학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글을 작성하다 보니 이 책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고, 리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현대인은 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까요? 단순히 주변 환경의 산물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인류 진화의 역사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은 단순한 역사서를 넘어, 호모 사피엔스의 심리적 진화를 깊이 탐구하는 책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사피엔스』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보며, 우리의 집단적 과거가 어떻게 인지적 편향, 사회적 행동, 감정 패턴, 심지어 행복에 대한 정의까지 형성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심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든, 단순히 호기심 많은 독자든,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자기 인식과 마음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지 알아보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입니다.

Sapiens book cover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 sapiens 책표지

인지 혁명: 상상력과 불안의 탄생

『사피엔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주장 중 하나는 약 7만 년 전, 인지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라리에 따르면, 이것은 단순히 지능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출현 이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신, 국가, 기업, 심지어 돈과 같은 추상적 개념을 믿는 독특한 능력을 개발했습니다.

상상력과 그 심리적 대가

상상력의 탄생은 대규모 협력과 문명 건설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존재에 대한 불안을 심어주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죽음, 실패, 거절, 불확실한 미래 같은 가상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파국적 사고(Catastrophic Thinking)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생존을 위한 도구였던 상상력은 오늘날 우리를 걱정과 감정적 고통의 반복된 패턴에 빠뜨리는 덫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적 뇌: 왜 ‘잡담’은 생존 기술이 되었는가

하라리에 따르면, 우리의 조상들에게 ‘잡담’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행위였습니다.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에서 누가 신뢰할 만한지, 누가 위협이 되는지를 아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었죠. 이처럼 사회적 정보를 중요시하던 우리의 조상 덕분에, 오늘날 인간의 뇌는 사회적 단서에 극도로 민감해졌습니다.

현대적 적용: 사회적 비교와 불안

이러한 본능은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비교 편향(Social Comparison Bias)으로 나타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이 고대의 생존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성공과 행복의 과장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노출합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불안에 빠집니다.

이러한 진화적 배경을 이해하면, 왜 우리는 타인의 인정에 그렇게 집착하고, 사회적 거절이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아프게 느껴지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신화 본능: 이야기는 어떻게 현실을 만드는가

하라리는 인류 문명을 유지하는 것은 신화라고 말합니다. 인권, 자본주의, 종교적 신념과 같은 개념들은 모두 사회적 신화로, 이러한 공통된 믿음이 낯선 사람들끼리 협력하게 만듭니다.

심리적 관점에서 본 이야기의 힘

심리학적으로 이는 도식 이론(Schema Theory)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일관된 이야기를 갈망합니다. 이러한 인지적 틀은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결정하며, 종종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기존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으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마케터, 정치인, 언론은 이러한 심리를 잘 활용합니다. 대중의 인식과 행동, 감정 반응을 조종하기 위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인지적 지름길을 인식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외부의 조작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행복 추구: 고대의 갈망, 현대의 고통

기술은 발전하고,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하라리는 현대인이 과거 조상들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도 행복을 찾기 힘들까요?

심리적 적응의 함정

이 현상은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얻고 이루더라도, 우리의 행복 기준선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처음에는 기쁘고 새로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해지고, 또다시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게 되죠.

이 심리적 함정을 깨닫는 것은 물질적 만족의 끝없는 추구에서 벗어나는 열쇠가 됩니다. 하라리는 진정한 행복은 외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면의 평온과 마음의 명료함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의 마인드풀니스긍정심리학이 강조하는 바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결론: 『사피엔스』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들

『사피엔스』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리적 여정입니다. 우리 뇌의 진화적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사고와 감정, 행동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주도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라리의 통찰은 외부 세계뿐 아니라, 내면의 서사를 의심하라고 우리에게 도전장을 던집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높은 자각과 감정적 회복력, 심리적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사피엔스』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과거가 우리의 마음을 만들었을지언정, 우리의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참고 문헌

  • Harari, Y. N. (2015).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Harper.
  • Kahneman, D. (2011). 생각에 관한 생각. Farrar, Straus and Giroux.
  • Ariely, D. (2008). 상식 밖의 경제학. HarperCollins.
  • Gilbert, D. (2006).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Vintage.
  • Psychology Today. (n.d.). Understanding Human Behav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