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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컨텐츠

책리뷰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by loveyourchoice 2025. 6. 4.

Useful Psychology Book Cover
출처 : 예스24 / Useful Psychology Book Cover

'쓸모 있는 심리학'이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방식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라는 제목은 단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선언문과도 같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실험과 일상 속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주 무의식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이 논리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감정, 피로, 상황, 환경 요소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특별 할인 스티커가 붙은 제품을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안 사면 손해일 것 같아서' 구매하게 됩니다. 이런 결정은 심리적 자동화의 산물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왜 우리는 같은 선택과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선택 뒤에 숨겨진 심리학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행동경제학과 인간 판단의 한계

이 책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가정하지만, 심리학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개념으로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가 있습니다. 동일한 정보라도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선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책에서는 장기 기증 동의율이 국가마다 크게 차이나는 이유를 단지 문화적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신청서의 체크박스 설계 방식의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실험을 소개합니다. 이런 사례는 사소해 보이는 디자인 요소 하나가 개인의 의지를 뛰어넘는 심리적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험으로 검증되는 일상 속 심리학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심리학 이론을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특정 조건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이기적인 결정을 어떻게 정당화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어떻게 합리화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는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신이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작은 유혹 앞에서는 쉽게 기준이 흔들립니다. "다들 하잖아"나 "이번 한 번쯤이야"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는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로 이어지며, 죄책감 없는 자기중심적 선택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런 실험들은 단순한 이론 검증을 넘어, 우리 일상에서의 자기기만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알고 있다고 해서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책이 전달하는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는,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무지가 아닌, 환경과 감정이 끊임없이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완벽한 판단자가 아니며, 한정된 인지 자원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약점을 비난하기보다는, 먼저 이해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 출발점은 자기 인식입니다. 우리의 소비, 관계, 선택 뒤에 숨겨진 심리적 작동 방식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선택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인식하는 것입니다.

일상을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심리학적 통찰

이 책은 복잡한 이론이나 학문적 권위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쇼핑 습관, 애매한 감정, 작은 망설임과 같은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심리학이 삶을 읽어내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심리학이 전문가들만의 학문이 아니라, 누구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도구임을 증명합니다. 심리학이라는 언어로 자신을 읽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나은 결정을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나는 왜 계속 이런 선택을 할까?"

그리고 그 질문에 진지하게 응답하는 순간, 우리는 단지 ‘더 나은 소비자’가 아니라 ‘더 깊은 자기이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을 통해 삶을 통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통제를 내려놓고 나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안의 복잡한 감정과 동기들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자료 출처

  • Ariely, D. 외 (2022).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웅진씽크빅.
  • 박용선 (2019). 『나를 이해하는 심리학』. 학문출판사.
  • 노명우 (2021). 『일상의 심리학』. 세계지식.
  • 이수정 (2020). 『나는 나를 이해하기가 가장 어렵다』. 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