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해석하는 아이들의 심리
아이도 상황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부터는 아동에 관련된 심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몇몇 서적을 읽어보던 중 공부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어 이번 글은 아동 심리와 관련하여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인지 왜곡은 일반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을 겪는 성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이들 또한 자신만의 왜곡된 사고를 바탕으로 현실을 해석하며, 이러한 사고는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친구가 인사 안 했어, 나를 싫어하나 봐” 혹은 “엄마가 조용히 말하는 건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야”라고 과잉 해석하여 말하는 경우 입니다. 이는 단순한 상상이 아닌 불안, 위축, 분노와 같은 정서적 반응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왜곡된 해석이 반복되면 행동 문제나 또래 관계의 어려움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자기 개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지 왜곡의 정체: 작지만 강력한 오해의 시작
인지 왜곡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인의 감정이나 경험에 따라 왜곡된 방식으로 해석하는 자동화된 사고 패턴입니다. 심리학자 아론 벡은 우울증의 핵심 원인으로 부정적인 자동사고와 인지적 오류를 지적하며, 이를 수정하는 것이 인지치료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아동용 자동사고 척도(K-CATS)는 한국에서도 표준화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어린이도 ‘이분법적 사고’, ‘과잉 일반화’, ‘재앙화’, ‘개인화’ 같은 오류를 보이는 것이 관찰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아동이 아직 언어 능력과 메타인지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는 곧 외부 사건을 내면화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더 큰 오해와 감정적 충격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발달심리학적으로 보아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아동은 자기중심적 사고의 경향이 강해 ‘나 때문일 거야’라는 식의 해석을 자주 하며, 이는 곧 자기 비난이나 위축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감정과 생각은 서로 얽혀 있다
감정과 사고는 항상 따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리처드 라자루스는 ‘인지-정서 이론’을 통해 인간의 감정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아이가 "친구가 나를 미워해"라고 해석하면, 그 해석에 따라 슬픔이나 분노가 따라오는 것입니다. 이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도 연결됩니다. 특히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동일수록, 감정과 생각이 서로 얽혀 감정폭발이나 극단적 회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인지 왜곡이 심한 아동은 감정 인식과 표현에서도 왜곡된 패턴을 보이기 쉽다고 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이는 장기적으로 정서지능 발달과 자아 존중감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왜곡은 행동화로 이어진다
인지 왜곡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에 따라 일관된 행동 패턴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종종 '행동화'라는 심리학적 용어로 설명됩니다. 행동화란 감정을 말이나 사고로 처리하지 못하고, 직접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싫은 존재야”라는 생각이 내면화된 아이는 친구에게 의도적으로 무시당했다고 느끼며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는 늘 실수해”라는 인지가 형성된 아이는 새로운 시도 자체를 피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고착화합니다.
이러한 반복은 부모나 교사가 보기에 문제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서적 고통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훈육보다는 왜 아이가 그런 해석을 하게 되었는지를 함께 탐색하고, 해석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해주는 심리적 개입이 중요합니다. 놀이치료, 인지행동치료(CBT), 감정 코칭 등이 이에 효과적입니다.
결론, 아이가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법
아이의 왜곡된 사고를 바로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왜 친구가 인사를 안 했다고 생각했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은 아이가 다양한 해석을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반추 질문은 인지 유연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 일기를 쓰거나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도 메타인지 민감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한국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초등 고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지 재구조화 훈련은 불안 감소와 정서 조절 향상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결국, 아이는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반응합니다. 그 해석을 바꿔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정서적 개입일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Beck, A. T. (1976). Cognitive Therapy and the Emotional Disorders.
- 이수연 외 (2020). 아동 자동사고 척도의 개발 및 표준화. 한국심리학회지.
- 강유진, 박지연 (2021). 아동의 인지 왜곡과 정서 반응의 관계. 서울 아동심리연구소.
- 한국심리학회 (2022). 인지 편향 교정을 위한 아동 정서 인식 훈련. 한국 인지행동치료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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